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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로서 ‘내일’을 준비하는 청년예술인들을 위한 ‘2021 청년예술가S’.
부천예술인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 속에서 ‘2021 차세대 전문 활동 지원 청년예술가S’가 선정되었다.
5월 14일, 2021 청년예술가S로 선정된 작가들이 처음으로 모이는 '공유터'에 다녀왔다.
공유터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콘크리트 건물이 주는 풍경이 도드라져 보일만큼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고,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은 주변은 다소 삭막했다. 쓸쓸한 여운과 함께 새삼 막막한 현실이 떠올랐다. 북적거리는 문화현장에 있어본지가 너무 오랜 느낌이었다.
건물을 빙 둘러보다, 통 유리창 정면으로 난 여러 개의 문 중 열려 있는 한 곳을 통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열 체크와 소독 QR등록을 하고 나자 내부를 빙 둘러볼 여유가 조금 생겼다. 2층으로 올라가 ‘Studio 2’에서 담당자분들이 준비해 준 ‘2021 청년예술가S’의 실연회까지의 일정표와 지난해 청년예술가들이 실연했던 책자를 받았다. 감각적인 디자인의 책자를 받아보니 올해 ‘2021 청년예술가S’의 실연회가 자못 기대되었다.
4시가 가까워오자 선정된 청년예술가들이 한 명씩 도착했다. 10명의 선정자 중 총 9명의 청년예술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각과 음악 분야로 나눠 자리에 앉았다. 행사는 담당자 소개를 시작으로 사업 소개 및 공유터 실연회, 사업 세부사항 안내와 멘토 소개, 공유터 탐방과 사진 촬영 후 해산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Studio 2’ 공간에서 30분간의 간략한 안내를 마치고 문화공간 투어 형식의 아트 벙커 탐방이 이어졌다. 1층부터 2층까지 활용 가능한 전시공간을 미리 탐방하고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시간이었다.
첫 번째 투어 공간은 쓰레기 하역장의 새로운 탄생지가 된 다목적 방으로 미술품 설치 및 전시가 이루어지는 공간이었다. 현재 39m의 소각장 벙커 브릿지에는 양정욱 작가의 <대화의 풍경:우리는 가끔씩 휘어지던 말을 했다>는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일주일 후에 철거될 예정이라는 이 작품은 마치 공중에 떠있는 범선을 연상케 하며,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만나는 상상 속 우주의 신비가 그려져 여느 작품들과는 다른 압도감이 느껴졌다.
안내에 따라 벙커의 바닥 공간까지 내려가 보았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통로에서부터 공간감을 체험할 수 있듯, 인간의 공간이 아니었던 쓰레기 소각장은 공간 규모 자체가 달랐다. 바닥까지 내려오자 습한 공기가 훅 끼쳐왔다. 갑작스러운 고온 현상 때문이라는데, 공기 평가는 주기적으로 이루어져 검사가 시행된다고 한다. 환기가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를 표하자 다음 주부터 대대적인 환기가 이루어질 예정이며 벽면으로 나 있는 창문을 모두 열어놓으면 자연통풍도 가능하다고 한다.
삼정동 쓰레기 매립장은 시공사 선정의 어려움으로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게 됐다고 하는데, 크레인 장치도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곳은 간혹 영화 촬영 현장으로도 활용되며, 최근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 촬영이 있었다고 한다.
설명을 듣어보니 B39의 ‘B’는 부천의 영문표기 Bucheon과 벙커 Bunker의 이니셜인 동시에 무경계 Borderless를 뜻한다. ‘모든 영역과 모든 세대가 어울리는 자유로운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어느 소행성의 이름에서 따왔을까 잠시 생각했던 게 무색하게 숫자 ‘39’는 소각장의 상징인 벙커 높이 39m와 인근 국도 39호선을 뜻하는데 복합 문화예술 공간다운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었다. 세계적 거장이 된 감독에게도 영감을 줄 만큼 ‘아트벙커 B39’는 부천시민을 위한 새로운 문화공간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이 될 곳임은 분명했다.
공간을 둘러보던 시선에서 만나게 된 청년예술인들의 눈빛은 진지했다. 다소 경직됐던 스튜디오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그들의 눈빛은 투명했고, 벗겨진 벽면의 페인트칠 하나에도 시선은 오래 머물렀다. 익숙한 것들, 낡고 버려진 것들 속에서 그들만이 떠올릴 영감을 선뜻 상상할 수는 없었지만, 공간이 곧 전시의 일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이었다.
쓰레기 저장조에 이어 다음 소개 장소는 Air Gallary로 소각로가 있던 공간을 중정으로 꾸며놓아 환하게 빛이 쏟아졌다. 날씨에 따라 변화될 전시 효과가 기대되었다. 이곳 역시 리모델링 없이 예전 그대로 유지되어 굴뚝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전시공간으로만 활용된다. 다시 2층으로 이동. 전기 설비(전기실)와 유인 송풍실, 크레인 조종실을 둘러보았다. 중앙제어실은 벽면을 전시에 활용할 수 있고, 모니터는 활용 가능하지만 이제는 유물처럼 남아 색감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개방공간인 테라스로 이동했다. 전시 및 퍼포먼스가 가능한 공간의 문을 열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Air Gallary처럼 그날그날의 날씨에 따라 빛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아트벙커는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주말 관람은 허용되지 않고 <화~금요일>에만 운영돼 왔다고 한다.
탐방을 마친 후 ‘Studio 2’로 돌아와 멘토들의 경험, 격려의 말과 함께 현장에서 바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사이 두 명씩 1층 공간으로 내려가 개인 촬영을 하고 단체사진으로 마무리 짓는 일정이었는데,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스튜디오는 이완된 분위기로 바뀌어 가라앉았던 공간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과정에서 비친 모습이긴 하지만, 현장을 지켜보며 흥미로웠던 점은 시각과 음악, 두 분야별 예술가들의 성향이 명확하게 드러난 점이었다. 연주를 통해 공동 작업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음악 분야 예술가들은 외적인 에너지를 보였던 반면, 내면의 작품 세계를 화폭을 통해 혹은 설치나 미디어를 통해 보여주는 시각 분야 예술가들은 에너지를 안으로 감싸며 관찰자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단체 촬영과 부문별 사진 촬영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흥미로웠다.
제한된 사회적 분위기에 제한된 시간으로 서로를 파악하기는 분명 짧은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작업을 통해 함께 어우러질 그들의 시간이, 나비의 날갯짓처럼 눈부시게 펼쳐질 그들의 문화예술이 기대가 되는 건 청년예술인들의 열정이 무한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을 누르면 개별 인터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부천시민과 문화예술인의 꿈을 담아 39m의 콘크리트 벽은 이제 미디어 아트의 무대가 되었다. 소각장 건물이 지닌 가치가 크지 않더라도 도시의 역사, 도시재생의 새 모델인 ‘부천아트벙커 B39’는 쓰레기 벙커에서 멋진 미디어 아트 무대로 바뀌어 옛것과 새것이 어우러지는 체험공간으로 재탄생됐다. 쓰레기로 가득했던 공간에 꿈이 피었다. 꽃이 피었다. 피어날 꽃들이 무한히 기대되었다.
지역민들의 희망이 피어난 이곳은 15년이라는 반목의 역사 속에서 쓰레기 소각장은 8년 만인 2018년 6월 새롭게 문을 열었다.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은 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바꾼 사례로 알려져 있지만, 쓰레기 소각장의 재생 사례는 ‘부천아트벙커 B39’가 세계 최초라고 한다.
이렇듯 소각장 문제로 환경운동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시민들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공간은 그 의미로 특별하게 다가왔다. 선보이고 키워나갈 콘텐츠가 넉넉히 쌓인 채 말이다. 앞으로 삼정동 소각장은 쓰레기 대신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상상력 가득한 공간으로 날아갈 일만 남았다.
마지막으로 공간의 의미를 되새기며 공간을 둘러보았다. 입구부터 건물 끝까지 관통하는 통로를 건물 내부에서 걷다 보면, 옛 소각장과 새 문화 공간을 함께 만나게 된다. 한때는 쓰레기와 기계들의 공간이었던 곳을 철거하고 새 공간을 만들어냈다. 전시홀과 멀티미디어홀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 탄생된 것이다.
옛것과 새것이 중첩된 모습은 다소 기이했지만 새로움에 대한 특별함으로 다가왔다. 쓰레기 매립장의 문화공간화. 아마도 이런 것이 발상의 전환이지 않을까. 무엇보다 새롭게 하기. 창작에 있어 이것만큼 절실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 ‘부천아트벙커 B39’보다 더 적절한 장소는 없을 것이다.
혐오시설에서 문화시설로 거듭난 공간, 새롭게 태어난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2021 청년예술가 S’의 출발 또한 남다른 셈이다. 2017년 이후 올해로 5회째를 맞는 ‘2021 청년예술가 S’는 올해 처음으로 부천시에 거주하는 문화예술인에 한하여 선정했다. 어느 해보다 더 의미 있는 출발인 셈이다.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그 물건이 돋보인다는 말도 있지만,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을 담으면 그 그릇의 가치 또한 더 빛나리라 믿는다.
옛것과 새것의 모습이 대비되며 서로 대화하는 건축처럼 멘토와 멘티의 관계가 그러하지 않을까. 새로운 공간에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 그들의 모습을 보며 보다 가치 있는 문화예술을, 오늘보다 내일이 더 빛나는 문화도시부천을 꿈꾸게 되었다. 다시 새롭게 피어날 새로운 꽃들을 기다리며 ‘2021 청년예술가S’에 새로운 희망을 가져본다.

2021 부천 청년예술가S 선정작가
(윗줄 왼쪽부터, 음악부문) 이승민, 김대환, 김예리, 김보람
(아랫줄 왼쪽부터, 시각부문) 이소희, 정예진, 허선정, 이채영, 이영호
<청년예술가S>
회화, 팝아트, 사진, 뉴미디어, 설치를 아우르는 시각분야와 작곡, 공연, 즉흥음악, 실험음악, 전통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분야에서 각각 5명씩 총 10명이 선정된 이번 ‘청년예술가S’는 지역의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 예술인을 발굴해 경쟁력 있는 전문예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 지속 가능한 지역 예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해마다 추진하는 사업이다.
재단은 선정자에게 프로젝트 지원금부터, 교육과 예술가 교류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을 통해 탄생한 작품은 오는 10월 실연회를 통해 시민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2017년부터 ‘청년예술가S’를 추진해 온 재단은 그간 전국 청년예술인을 대상으로 공모하다 올해부터 지역 기반 예술인을 대상으로 지원 범위를 설정해 지역 예술 생태계 조성에 집중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