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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끝까지 읽은 사람은 드물어도 소설 속 기억의 촉발제로서의 매개물인 마들렌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조개 모양의 쿠키 마들렌을 맛보기 전 도대체 어떤 과자인지 무척 궁금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머랭 쿠키부터 머핀, 오레오 쿠키, 그리고 마들렌까지, 베이킹의 매력에 빠져 열정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 <라온 베이킹동아리_달보드레> 친구들을 만나보았습니다.
학창 시절, 우리는 학교 안팎에서 다양한 형태의 열정을 발휘했습니다.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기도 하며,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해 밤을 새우기도 하며,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 쌓이는 우정 속에서 함께 학원에 다니고,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들을 채우며, 미래를 꿈꾸며 바삐 움직입니다.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고민도 하며, 그 시절 우리가 누렸던 열정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곤 하였습니다. 그중 동아리 활동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스스로 선택해 잠재돼 있던 열정의 순수를 마음껏 발산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날로그적 감성이 잔재 돼 있던 과거에 비해, 열정의 순수와 농도가 조금은 다르게 변질해 가고 있는 듯합니다. 요즘의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문화의 발달로 스마트폰, OTT 등 다양한 미디어 기기와 플랫폼에 익숙해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일찍부터 게임이나 영상에 몰두해 여가를 보내는 게 대부분이라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이런 속에서도 또래 친구들과는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친구가 있어 만나보았습니다. 바로 산학교의 권준오 학생인데요, 준오 학생은 독특하게도 베이킹을 하며 누구보다 열정적인 취미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비대면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느껴질 만큼
베이킹을 향한 준오 학생의 열정은 순수 그 자체로 반짝였습니다. 친구들과 즐겁게 베이킹하고 자신이 만든 과자를 가족들과 함께 나눠 먹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열세 살 소년의 예쁜 마음과 그 안에 가득했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듯했습니다.
‘빵 굽는 13세’의 열정이 더 순수하게 빛나는 건, 여름 태양만큼이나 직선적이고 뜨거운 열정을 차분히 고르는 중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곱게 빚은 밀가루 반죽이 오븐에 구워져 달고 보드라운 과자로 완성되듯 말이죠. 부천문화재단의 청소년 동호회 지원사업 ‘라온’에서 베이킹 동아리 ‘달보드레’ 활동을 하는 권준오 학생의 열정을 응원하며 지금 만나보겠습니다.




Q.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베이킹 동아리 ‘달보드레’의 청소년 대표 13살 권준오입니다.
Q. ‘달보드레’라는 말의 어감이 고운데요, ‘달보드레’는 어떤 동아리인가요?
‘달보드레’라는 이름은 ‘달달하고 보드라운 레시피’의 줄임말입니다. 머랭 쿠키, 초콜릿 머핀, 마들렌 등 다양한 제과들을 만드는 동아리입니다.
Q. 준오 학생 같은 또래 친구들은 농구나 게임 같은 것들을 하며 보내기 마련인데, 동아리에 어떠한 계기로 가입하게 되었나요?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잖아요. 다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달달하고 보드라운 음식을 선물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이 동아리에 너무 들어오고 싶어서 면접을 열심히 준비했는데, 들어오게 돼서 기뻐요.
Q. ‘달보드레’에서 빵을 굽다 보면 재미있는 일들도 많았을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공들여서 만든 쿠키를 부모님에게 선물하려고 했는데 같이 가던 동생이 실수로 쿠키를 건드려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때 너무 속상하고 슬펐던 기억이 나요. 쿠키를 맛있게 먹는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며 신났었는데, 그 시간을 선물하지 못하게 돼서 눈물이 났어요. 제가 너무 속상해하자 함께 있던 동생들이 바닥에 떨어진 쿠키가 아깝다며 주워서 먹더라고요. 그러면서 정말 맛있다고 나중에는 서로 먹겠다고 했어요. 그 모습을 보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엄마에게 드리진 못했지만, 제가 쏟은 시간과 열정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뿌듯했거든요.
Q. 아, 정말 속상했겠어요. 그래도 함께 하는 동생들이 속 깊은 우정을 보여줘서 그것만으로도 좋았을 것 같아요. 베이킹이 쉽지 않을 텐데, 힘들거나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베이킹할 때 3명 혹은 2명이 팀을 이루어서 하는데요, 그때 팀원과 협동하는 것이 중요해요. 재료를 첨가하는 것도, 계량할 때도 서로 정확하게 해야 하고,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팀원들과 힘을 합쳐 노력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계량에서부터 재료 첨가, 반죽까지 직접 만들어보니, 과정 하나하나에 정성이 들어가고 재료가 하나라도 빠지게 되면 제대로 된 빵과 쿠키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작은 재료라도 그 하나의 재료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며 베이킹의 모든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Q. 베이킹할 때도 많은 열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어느 때 열정이 가장 발휘되었을까요?
무엇보다 제가 만든 음식들을 가족이나 친구들이 맛있게 먹을 때 가장 행복한데요, 가족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즐겁고 힘이 나요. 그리고 신기해하며 기뻐하는 모습을 또 보고 싶어 베이킹 시간에 굉장히 집중하게 되는데, 그때 열정이 발휘되는 것 같아요. 직접 만든 쿠키나, 마들렌 등을 드렸는데,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빵을 구우면 저절로 힘이 나요. 그런 게 열정이 발휘된다는 거죠?!
Q. 그럼 준오 학생에게 열정의 원천은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직접 만든 쿠키를 맛있게 먹는 모습에서 나오는 건가요?
네, 맞아요. 제 음식을 먹고 반응해주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힘이 나요. 베이킹이 점점 더 재밌고, 동아리 활동 시간이 기다려져요. “으음~ 맛있다” “와~”하는 등의 추임새를 들으면 신이 나고 더 열정적으로 베이킹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직접 만든 음식을 누군가에게 선물한다는 건, 마음을 선물하는 것과 같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좋은 재료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베이킹을 배우며 식자재나 식습관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있었나요?
동아리에서 베이킹할 때, 유기농 보리 밀가루를 사용하는데, 재료에 대해서 배우고, 좋은 식자재들로 요리하면서, 건강한 우리 농산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고 사랑하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유기농 식자재들을 이용해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더 많이 만들어보고 싶어요.
Q. 달보드레에서 직접 만든 쿠키나 빵들을 카페 ‘소란’을 통해 나눔 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눔을 실천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희가 만든 쿠키와 빵들은 유기농 재료들을 사용해서 건강에도 좋잖아요. 수학에서는 내가 가진 걸 나누면 반으로 줄어드는데, 베이킹을 하면서 느끼게 된 건 좋은 것들, 소중한 것들은 나누면 오히려 더 커진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만든 건강한 음식을 더 많은 분과 함께 나눠 먹으면 기쁨도 두 배가 되는 거고, 더 많은 기쁨을 나누고 싶어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나눔 행사는 11월에 진행할 예정인데, 잘 됐으면 좋겠어요.
Q. 베이킹에 대한 첫인상과 지금의 인상을 비교해보면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처음에는 베이킹에 대해 하나도 몰라서 어려울 것 같았는데, 막상 해보니 이제는 즐겁고 이 시간이 기다려져요. 여전히 서툴지만 처음 느꼈던 어려움은 많이 줄었어요. 함께 하는 친구들이 다 열정적이라 저도 덩달아 신이 나요.
Q. 베이킹에 관심 있거나 잘 모르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함께 하는 친구들과 협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같이 음식을 만들면 더 즐겁고, 또 재밌으니까 맛있는 음식들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어요. 뭐든 그렇겠지만, 베이킹할 때에는 장난치지 말고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진지한 태도로 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비록, 비대면으로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준오 학생을 만나는 동안 머랭 쿠키부터 마들렌, 버터링 쿠키 등 다양한 제과를 만들며 뿌듯함을 느끼고 나눔을 배우고 실천하는 모습에서 베이킹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풍미 가득한 빵처럼 부풀어 오른듯합니다.
부푼 반죽을 만지듯 풍부한 몸짓과 표현으로 마치 베이킹 현장에 있는 듯 전달된 생생함이, 나누는 기쁨이 무엇인지 뿌듯함과 행복을 채워나가는 13세의 열정이 그대로 옮겨진 게 아닌가, 절로 미소 짓게 된 하루였습니다.
열세 살! 아직은 동그란 뺨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나이지만,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깊은 마음으로, 가족과 친구들에게 행복을 주겠다는 따뜻한 마음으로, 열정을 담아 베이킹하는 준오 학생의 긍정적인 에너지, 그리고 예쁜 마음이 많은 분께 힘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마들렌을 홍차에 찍어 먹으며 추억을 회상하듯,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전해지는 선명한 진심이, 가족을 생각하며 과자를 만들고 빵을 굽는다는 준오 학생의 열정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처럼 한참 기억될 것 같은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