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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계는 현재의 하향식 지역문화정책 전달체계에서 상향식 체계로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중앙정부가 수립 • 시행하는 정책과 사업을 지역(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이 수행하는 것은 각 지역의 현실과 지역민의 삶, 그리고 실질적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4년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은 중앙정부가 기본계획을 수립하면 각 시도가 이를 반영한 시행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토록 명시하고 있다. 또한 중앙정부의 문화예술 지원사업은 사업별 고유 목적과 목표가 사전에 주어지기 때문에 지역 상황과 현장 수요에 기반한 사업을 시행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그동안 포괄예산제 등의 지역 자율 기획사업 지원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어 왔으나 시행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지역의 하향식 문화행정 체계와 함께 관과 민의 관계 재정립도 오랫동안 요구해 왔다. 지방자치제도가 다시 시행된지 30년이 지났으나 현재 우리 지방자치는 주민자치가 아닌 행정자치가 훨씬 강하다. 최근 거버넌스 또는 협치가 강조되면서 양자간 역학 균형을 이루기 위한 논의와 노력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기대보다 실망이 더 크다.
<경기도 문화자치 기본조례>는 이러한 상황인식과 문제해결 노력의 일환이다. 2018년 경기연구원 김성하 연구위원은 경기도와 각 지역 문화예술관계자와 공동으로 5차례에 걸친 문화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민관이 함께 하는 논의를 통해 문화자치 시행과 확산의 필요성을 확인하게 된다. 이는 2019년 수립한 <경기도 문화예술진흥 중단기 종합계획(2020~2025)>에 주요 미래 정책으로 반영된다. 이 계획에서 구체적 제도적 기반마련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경기도 문화자치 기본조례>다.

<경기도 문화자치 기본조례> 제정은 2021년 상반기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문화기본법>, <지역문화진흥법>, <문화예술진흥법> 등의 주요 법안을 검토하여 조례안을 구성해 가는 한편 4월에는 31개 시군 문화예술 관련 부서장이 참여하는 토론회와 도민 토론회를 통해 조례 제정에 대한 여러 의견을 청취, 수렴하였다. 아울러 2월 9일 조례 제정계획이 보고되고 3월 22일 입법 예고가 시행되었다. 6월 조례안에 대한 도의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 지난 7월 14일 <경기도 문화자치 기본조례>가 제정되었다. 3년여간의 논의와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경기도 문화자치 기본조례>의 주요 내용은 경기도 문화예술발전을 위한 계획과 시행에 있어 반드시 도민의 의견을 청취하고 다양한 문화주체의 참여를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 실천으로 ‘문화정책협의체’와 ‘문화자치위원회’를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요약하면 소외됨 없이 경기도민 모두의 문화권을 보장하고 경기도 문화예술 관련 정책수립과 시행에 있어 다양한 경기도민의 참여를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문화자치 기본조례>가 제정되는 과정에서 조례가 지니는 의의와 목적을 실제 구현하고 도민들의 의견을 담아 현장에 구현하기 위한 추진전략과 실행과제들을 수립하기 위해 ‘문화자치 TF’도 구성 운영하였다. 5월~6월 2달 동안 총 5회의 논의를 통해 경기도 문화예술 관련 전문가 12명으로 구성한 ‘문화자치 TF’는 ‘자유롭고 다양한 경기문화’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7개 핵심가치, 3개의 목표, 4대 추진전략, 그리고 12개의 실행과제를 제안했다.

<경기도 문화자치 기본조례>는 제도적 기반에 한정될 수 밖에 없다. 실제 실천적 문화자치는 시민들의 활동을 통해 구현된다. 이를 위해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2021 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 정책축제>를 경기도 문화자치의 확산과 활성화를 위한 시작점으로 삼았다. 31개 시군을 5개 권역으로 나누어 각 권역별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50여 차례의 사전모임과 5차례의 권역 행사를 통해 미래 경기도 문화자치 활성화와 각 지역 의제 40여개를 제안하였다.


경기도 문화자치의 확산과 활성화는 많은 과제에 당면하고 있다. 올해 구성한 권역별 네트워크의 지속 유지와 확대,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 문화자치 관련 정책과 사업의 시행, 경기도 문화정책 수립에 있어 도민들의 실질적인 참여방안, 문화자치 발전을 위한 권한의 민간 위임 등 실천이 필요한 과제들이 잔뜩 쌓여있다. 모두가 허투루 여길 수 없는 중요한 일들이다. 걱정과 우려가 기대와 희망보다 크다. 문화자치는 그저 근사한 말이 아니다. 도민과의 ‘약속’이다.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를 상상하면 정말 등골이 서늘하다. 이는 ‘더 많은 시민과 더 깊숙한 참여’가 필요한 이유이다. 분권은 위에서 아래로, 자치는 아래에서 위로 향한다. 즉 분권과 자치는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선순환의 구조를 갖는다. 문화분권과 문화자치도 이와 같다. 민간을 ‘두텁게’하기 위해선 많은 권한들이 관으로부터 민에게 이양되어야 하고 민간 스스로가 결정하고 계획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역량을 높여나가야 한다. 이에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는 것은 공공재원의 역할이다. 아울러 이 점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권리는 항상 의무가 동반된다는 것이다. 권리와 의무의 조화는 민주주의의 존립과 지속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문화자치는 바로 이 이점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지속가능하다. 앞으로 경기도 문화자치 논의와 실천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