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BY-NC-ND)
“으악!”
새 떼가 갑자기 날아오르면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른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새들. 배설물과 날리는 털로 인해, 인간에게 새는 ‘공공의 적’이 된 지 오래다.
한 발짝 물러나서 생각해본다.
먹이를 먹으니 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털이 있는 동물이니 털이 날리는 것도 당연하다. 몇십 년, 몇백 년 전에도 그랬을 터. 새들은 변하지 않았지만, 새들을 둘러싼 환경과 인간은 많이 변했다.
지구엔 인간만 사는 것이 아닌데, 인간이 아닌 생물들은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왜일까?
소소박의 '마이 버디 키트'는 그러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마이 버디 키트’는 도시 속에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친구 ‘새’에 대한 프로젝트입니다. 버드케이크(새 먹이 덩어리)를 만들어보고 자유로운 예술 활동의 과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동식물, 자연과의 공존에 대한 사유의 변화를 일으켜보고자 합니다.” - ‘마이 버디 키트’ 참여자 모집 공고 중
날아오르는 새 떼에 기겁하고, 길을 걷다가 새 똥을 보면 눈살을 찌푸렸던 지난날의 나를 떠올리며 마이 버디 키트를 신청했다.
‘마이 버디 키트’엔 버드케이크를 만들 수 있는 음식 재료들과 버드케이크를 놓을 새 둥지가 들어있었다.
키트 안 설명서대로 우선 버드케이크의 반죽을 만들어보았다.
밀가루, 땅콩 잼, 견과류, 돼지기름 등을 섞어 반죽을 만든 후 노란 옥수숫가루를 솔솔 뿌려주었다. 야채칩 몇 개를 꽂으니 제법 그럴듯해 보인다.
코코넛 둥지 바닥에 돌을 깔아주고 그 위에 조심스레 버드케이크를 얹는다. 새들이 편히(?) 와서 먹길 바라는 마음에, 그들에게 익숙한 솔방울과 나뭇가지 몇 개도 꽂아주었다.
그렇게 완성된 마이 버디 키트를 들고 집 앞 공원으로 향했다. 날씨가 좋아서 공원에 사람들이 많아서였을까? 오늘따라 새가 1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새를 찾아 공원을 몇 바퀴 돌다가, 결국 인적이 드문 길가에 있는 나무에 조심스레 걸어두고 왔다.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 철학자 피터 싱어(Peter Singer)는 저서 <동물 해방(Animal Liberation)>에서 동물의 권익을 이르는 ‘동물권’을 주장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며, 인간 이외의 동물도 고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다. 따라서 동물도 적절한 서식 환경에 맞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50년이 지난 지금 동물권이 잘 지켜지고 있냐고 되물으면 선뜻 ‘그렇다’라고 대답하기 어렵다. 아직 인간은 동물의 가치를 ‘인간에게 얼마나 유용한가’에 따라 결정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젠 우리도 마음에 여유를 좀 가지고 주위의 동물을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