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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살고 있다. 거리 두기로 인해 우리들의 관계가 자칫 삭막해질 수 있고, 때로 조급해지기도 하니, 이럴 때일수록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누군가는 영화를 보거나 공연을 통해, 각자의 여유를 찾아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음악을 듣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골라 읽으며 여유를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모두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음악과 함께 즐기는 공연을 통해 여유를 되찾아보는 건 어떨까!
음악과 함께 즐기는 여유, 음악이 흐르는 공연! 2021년 부천문화재단 공연예술단체 창작지원 ‘부천공연창작소’에 선정된 음악극 <앵두의 시간>이 곧 우리 곁을 찾아온다.
다가올 9월. 여유로운 가을 햇살이 내려앉은 오후의 한낮을 상상하며, 랑에서는 이제 막 공연 준비를 마친 <앵두의 시간> 기획자 정재영 대표를 만나보았다.
Q. 정재영 대표님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콰가컬쳐레이블’ 독특해서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름입니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콰가컬쳐레이블’에 대한 소개도 함께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콰가컬쳐레이블 대표 정재영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콰가컬쳐레이블(Quagga Culture Label)은 멸종된 동물인 콰가얼룩말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19세기 끝자락까지 존재했었던 콰가얼룩말은 실제 남아프리카에 살았던 얼룩말의 일종입니다. ‘콰아, 콰아’라고 울어서 ‘콰가얼룩말’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17세기에는 흔한 동물이었지만 그 특이함과 길들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인간들에 의해 멸종된 동물입니다. 저는 예술가를 콰가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길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예술가와 ‘콰가’가 같은 의미를 가진 존재라고 여깁니다.
그래서 저는 콰가를 제 레이블의 모토로 삼고 이름을 지어보았습니다. 뮤직레이블이 아닌 이유는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 문학, 연극, 무용 등의 모든 예술가가 함께 소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저희 콰가컬쳐레이블은 2013년 부천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3기’로 시작해서 그해 9월 23일에 개인사업자를 내고 첫발을 뗐는데, 어느덧 벌써 8년을 살아남았네요.
Q. ‘콰가컬쳐레이블’ 소속 다섯 분의 단원이 계시는데, 전부 음악가들로 구성돼 있나요?
아닙니다. 원래 콰가는 처음부터 저를 위한 1인 기획사로 시작했고요. 개인사업자가 되기 전 소속 음악가가 있었는데 소속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난 후로는 혼자서 계속 작업해왔습니다. 지금 함께 하는 다섯 명의 단원은 이번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대중음악 공연 분야 인력 지원사업’으로 만나게 된 분들입니다. 음악가분들도 있고 기획자분들도 있습니다. 그동안 혼자서만 하다가 같이 하게 되니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Q. 그동안 정성 들여 준비해 오신 ‘앵두의 시간’이 음악극으로 무대에 오를 텐데 많은 기대가 됩니다. 무대연출 등 안무에 관한 이야기와 음악은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구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기본적으로 ‘앵두의 시간’은 음악과 그림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음악 콘서트입니다. 거기에 배우들이 등장하는 연극적 요소가 가미되어서 내레이션과 연기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앵두의 시간’이 가진 주제와 철학을 노래 풀어내며 그림이 그 공간을 채워줍니다. 배우들은 옛날 무성 시대 영화의 변사처럼 좀 더 세세한 부분들을 설명하고 그림이 나타내지 못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원작 자체가 사람과 예술에 대한 조금 깊은 의미를 담다 보니 관객들에게 풀어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때로는 자세하게 설명하고 무언가를 이해해야 한다는 설정이 아니라 그저 바라보고 느끼는 것만으로 좋은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Q. 원작 소설을 읽어보니 이야기 속 주인공과 나이 많은 앵두나무 아기와의 대화라던가 작품의 서사나 캐릭터들이 흥미로웠습니다. 환상적이며 동화적인 분위기가 가득해 연극적 요소들이 많은 소설이라고 느꼈습니다. 기획자로서 대표님은 원작 소설의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끼셨나요? 음악극으로 ‘앵두의 시간’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원작을 보신 분들은 대부분 글의 흐름이나 이야기가 담고 있는 묵직한 의미들, 재미난 요소들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어린 왕자’의 현실판처럼 느껴진다고 합니다. 어린 왕자가 환상과 허구, 그것들이 빚어낸 상상력으로 재미나면서도 진지한 질문을 하고 있다면 ‘앵두의 시간’은 지극히 현실적인 삶의 바탕에서 동화적이고 꿈의 이야기를 담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겪었을 법한 상상과 상황들을 작가님의 경험을 토대로 잘 끌어낸 소설이라고 생각했고 마침 작가님께서도 소설을 다른 형태로의 각색을 하고 싶어 하셨기에 타이밍이 잘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Q. 원작자인 김탁환 작가님이 직접 각색하셨는데, 기획 의도나 원작자와의 이견 조율 시 어떤 부분에 집중해 무대극으로 표현하시게 될지 궁금합니다. ‘앵두의 시간’이 관객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길 바라시나요? 또한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일단 작가님과 줄곧 대화하고 작품에 대해 논의를 하면서 음악극으로 표현하는 것에 조금은 어려워하신 부분도 있었지만, 본인의 작품에 담긴 내용을 노래로 잘 풀어내고 싶어 하셨고 또 그에 맞춰 노래로 부를 수 있는 가사로 잘 각색해주셨습니다. 소설의 핵심적인 내용은 함축적인 가사를 지어 노래로 풀어냈고,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은 연기와 그림이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음악극이다 보니 노래와 연주가 핵심이기에 음악이 주는 감동을 소설의 전반적인 주제 의식과 맞물려 표현하고 싶었는데 극 중 연주곡이 가지고 있는 추상적인 이미지로 소설을 설명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대신 음악 중 노래가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이야기들로 주인공과 치숙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를 잘 표현해보려고 노력했고 앞서 말했던 것처럼 ‘앵두의 시간’을 보면서 직관적인 느낌과 이해를 전달하기보다는 관객들이 ‘앵두의 시간’을 보고 있는 내내 자신의 어린 시절과 꿈과 삶에 대한 감정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시간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 시간 속에 해답은 없겠지만 그래도 뭔가 하나 툭, 심장에서 올라오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연히 바라는 것은 이 공연이 관객들에게 잔잔하지만, 의미 있는 감동을 전해줄 기회가 자주 있기를 바라고 있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방법을 찾을 계획입니다.
Q.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타 교재 발간도 하셨다고 들었는데, 잠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표님이 갖고 계신 정서나 배려, 여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셨을 텐데,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타수업과 기타교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제가 2010년부터 사회적 기업이었던 ‘자바르떼’에 입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원래부터 사람에 대한 존엄과 가치를 높게 가지고 있는 기업이었기에 저에게도 무언가 가치 있는 일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죠. 20대 초반에 어느 시각장애인 분의 집에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 그분이 했던 말이 잊히지 않고 오래 남았습니다.
‘혼자 있을 때는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그립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나중에서야 그 말이 주는 진한 감동과 슬픔을 느끼게 되었죠. 그래서 언젠가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일이 바로 기타 강습으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 일을 계기로 2011년에 ‘서울맹학교’와 ‘시각장애인여성회’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꼬박 10년을 넘겼네요. 지금도 ‘서울맹학교’에서는 방과 후 강사로 10년째 활동 중입니다.
Q. ‘사람을 사람답게 성장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에게 예술이란 어떤 가치가 있는가?’ ‘앵두의 시간’이 던지는 두 가지 주제 의식에 맞춰 대표님에게 있어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은 무엇인지’, ‘예술이란 어떤 가치가 있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성장시키는 것은 무엇인가?아마 아무도 알지 못하면서, 또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성장한다는 것이 무얼 의미한다는 것인지부터 이야기한다면 너무 긴 이야기가 되겠지만 결국 사람으로 태어나서 자신이 살아갈 삶의 방향을 어떻게 정하는지가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성장은 그 길의 출발점에서부터 걸음을 내딛는 순간 시작될 것이며 오솔길로도 갔다가 큰길로도 갔다가 막힌 길의 끝에서 멈추기도 할 것이고 다시 뒤돌아 나오기도 할 것입니다.
대체로 제가 겪은 그 길의 방향을 이끄는 것은……. 음, 역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에게 예술은 어떤 가치가 있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누군가에게는 아주 커다란 가치가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하등의 쓸모없는 가치일 수도 있을 겁니다. 사람마다 가치관이나 저마다 갖고 있는 삶의 철학에 따라 달라질 테지만,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습니다. 당신이 어떤 모습 어떤 철학으로 살든 생활 속에서 밀접하게나마 예술과 관련이 있고, 예술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지나오면서 한 번쯤 문화예술 기획자로서 많은 어려움이 있으셨을 텐데, 현실에 타협하거나, 감각이 무뎌지거나 할 때 극복하는 것들이 있을까요?
저는 음악가면서 문화기획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른 문화기획자들보다는 조금 더 예술가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생각하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건 저처럼 중간자의 포지션에 있는 것이 결코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음악가처럼 자신의 예술에 완전히 빠지지도 못하고 기획자들의 분명하고 확실한 일 처리를 하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상황에서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제 모습이 지금까지도 참 맘에 들지 않고 반성을 많이 하게 됩니다. 요즘은 어떤 자리에서 무언가를 하게 될 때는 그 자리의 역할에 좀 더 충실하자는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요.
그래서 저에게 있어 뭔가를 극복할 때 그냥 가만히 있는 것입니다. 지극히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아니, 아무것도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다음이 고생스럽긴 하지만, 생각을 내려놓으면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져요.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거죠. 천천히.
Q. 아무것도 안 한다고 말씀하셨지만 어쩌면 그 시간이 대표님 나름의 휴식이 될 테고, 경험에서 우러나온 자기관리의 시간처럼 들립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다음을 이어가기 위한 마음의 여유 같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공연이나 음악 등 기획한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 전, 긴장감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실 텐데, 그 감정을 떨치는 방법, 극복하는 비결 같은 게 있을까요?
제가 음악을 제대로 하겠다고 마음먹고 한 지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무대에 서면 긴장하고 제 마음대로 손이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무대 공포증이 심한 편이었죠. 지금도 완전히 고쳐지지는 않았습니다.
제 멘토 중에 ‘김광석’ 선배님이 계시는데, 아 그 유명한 가수는 아니시고, 기타리스트 김광석 선배님이십니다. 지내면서 그분의 말씀과 삶에 참 많은 감명을 받았고, 한 번씩 제게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데, 어느 날 저에게 무대 공포증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돼 준 말씀을 하신 적이 있으세요.
‘지금 네 무대를 네가 연주하는 걸 에릭 클랩튼이나 지미 헨드릭스, 제프 백, 세고비아가 보고 있다고 생각해봐. 그런 대단한 관객들 앞에서 네가 연주를 하는 거야, 지금!’
그 말을 듣는데 뭐랄까, 애쓸 필요 없구나, 애쓰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었어요. 내 것만 보여주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지금도 그때 받은 충격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 이런 세계 최고의 기타리스트들이 보고 있다.
내가 잘하려 하고 멋지게 한다는 게 얼마나 의미 없는 일일까……. 틀리지 않게 잘하는 것도 의미가 없고 뭘 하든 저분들 앞에서는 재롱잔치다. 이런 생각들이 스쳐 가더라고요. 그래, 난 재롱잔치를 하는 거다. 실수해도 되고 잘 못 쳐도 된다. 그냥 저분들이 빙그레 미소 짓게만 만들면 되는 거야. 실력이 있건 없건, 최선을 다한다는 건 중요하잖아요. 내가 가진 것 이상을 보여줄 수는 없어도, 내가 준비한 것들을 전부 보여주고, 후회하지 않으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이후로 무대에서 실수하는 것이 그렇게 두렵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신 내가 가진 감정을 기타에 실어서 행복하게 연주하자고 생각했고, 내가 행복하면 내 연주를 듣는 사람들도 내 마음이나 내가 가진 기운이 전달되는 것이라고 믿어요. 그래서 저는 연주할 때 항상 행복합니다.
Q. 코로나로 공연문화예술이 굉장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막막한 현실에서 자칫 조급해질 수 있는 시간을 잘 보내오셨습니다. 생활이든 마음에든 여유가 필요했으리라 짐작이 되는데, 대표님만의 여유를 갖는 비결 같은 게 있을까요?
음, 여유요? 여유라고 하면 여러 여건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저는 그런 여유로움이 별로 없는 것 같네요. 바쁘기로는 남들 못지않게 바쁘게 살고 있고, 바쁜 만큼 돈을 벌었으면 벌써 부자가 되었을 텐데, 그렇지 못하니 그 부분이 아쉽네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음악으로 부자가 되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여유를 갖는 건 사치라고 여겼었는데……. 제가 생활에서 사치를 부리는 게 한 가지 있는데, 좋아하는 자동차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그걸 ‘여유’라고 한다면 여유일 수 있겠네요. 몸이 힘들거나 지칠 때,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할 때면 아무 생각 없이 달릴 수 있어서 좋기도 하고요. 그러고 보면 가끔 게임이 잡념을 없애주는 것으론 참 좋은 것 같습니다. 혼자 게임 하면서 막 화도 내보고, 막 욕도 하면서 그걸로 스트레스도 푸는 것 같아요. 때로는 그냥 그런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그 시간이 제가 부리는 사치고, 제가 누릴 수 있는 ‘여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대표님 개인적으로나 ‘콰가컬쳐레이블’이 추구하는 방향 같은 게 있을까요?
음, 우선, 일단, 열심히 안 할 생각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애쓰지 않겠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전에는 현실에 얽매여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콰가의 중요한 모토는 ‘콰가얼룩말처럼 길들지 않는 자유로움’입니다. 자유로움을 잃고 안주하는 건 그건 제가 아닌 게 되는 것이니까요.
열심히 하지 않겠다는 말은 빨리 가지 않고 천천히 오래 가고 싶다는 뜻이에요. 사람들과 일로 만났을 때,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제게 가장 중요한 건 제 삶이고, 제 삶을 담보해서까지 열심히 할 생각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는 거죠. 그렇다고 관심이 없다는 게 아니라, 저랑 함께 하는 분들은 저랑 천천히 걸어갔으면 좋겠다는 표현이에요.
콰가는 올해를 기점으로 정식적인 사업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1인 기획사로서 그저 버티는 것으로 지내왔다면, 이제는 좀 더 분명한 기획사로서의 변모를 갖춰 하나씩 추진할 계획입니다. 그렇다고 크게 바뀌는 것은 없겠지만, 적어도 안주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안 된다고 실망하거나 쉽게 지치지 않겠다는 제 나름의 의지라고 할 수 있겠네요.
돌아보면 너무 열심히만 지내왔어요. 예전에는 그저 앞만 보고 달렸다면 이제는 주변도 돌아보면서 걷고 천천히 생각하면서 하나씩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안 되는 것들을 붙잡고 욕심내려고 했는데, 이제는 그것들을 내려놓고 열심히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적어도 저는 열심히 잘하지는 못하지만 성실하게 곁에서 오래도록 걸을 자신은 있거든요. 제가 하는 일을 사랑하니까요. 그래서 전 열심히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냥 즐겁게 자유롭게 행복하게 일하고 살아가는 것이 ‘콰가컬쳐레이블’이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공연 준비를 마친 음악극, ‘앵두의 시간’. 공연을 앞둔 기획자로서 정재영 대표의 ‘열심히 하지 않겠다.’라는 말은 언뜻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지만, 그 의미는 새롭게 다가왔다. 성실히 최선을 다하지만, 억지로 움직이지 않고 애쓰지 않겠다는 진심이 기획자이기 이전 자유로운 예술가로서 자연스러운 바람이 아닐까 싶었다.
가끔 좌절하고, 현실의 벽에 부딪혀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올지라도, 꿈을 갖는다는 건 멋진 일이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의 모습은 진정 아름답다. 배우고, 꿈꾸는 사람은 낡지도, 닳지도 않는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앵두의 시간 속 치숙처럼, 어쩌면 정재영 대표처럼, 그들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충분히 성공적인 공연이 될 테지만, 그렇기에 ‘콰가 컬처 레이블’이 이끄는 음악극 ‘앵두의 시간’이 선보일 무대가 더욱더 기다려진다.
며칠 전, 음악극 ‘앵두의 시간’ 9월 공연이 11월로 연기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공연을 앞두고 최고의 모습으로 관객을 만나게 될 기대에 있던 배우들과 관계자들의 한숨이 진한 아쉬움으로 남게 되었다. 공연예술계의 현실은 여전히 막막하다.
어쩌면 여유보다는 조급함이 그 자리를 대신하겠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아직 채 열어보지 못한 희망이 있고, 그 희망에 기댈 마음의 ‘여유’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런 조급한 마음을 조금은 위로해주듯, 가을을 알리는 바람과 햇살과 파란 하늘이 성큼 다가왔다. 9월을 기다리며 보고 싶었던 공연도, 가고 싶었던 여행도 당장 할 수 없게 됐지만, 그래도 이렇게 멋진 가을에 마음껏 ‘여유’를 누려보는 건 어떨까. 계절의 온도는 알맞게 여물어 풍성한 햇빛을 만들고, 결 고운 바람을 우리에게 실어다 주었으니 우리는 기꺼이 이 가을의 여유를 누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