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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B39 공간 자료 소개집과 [CIRCLES IN A CIRCLE] 전시 리플렛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공간과 장소. 평소에 정말 많이 쓰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혹시, 공간과 장소의 차이점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40여 년 전, 인문지리학의 대가 '이-푸 투안'은 저서 <공간과 장소>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공간에 우리의 경험과 감정이 녹아들 때 그곳은 장소로 발전한다.”
추상적이고 낯선 ‘공간’이 개개인의 삶의 경험과 감정을 통해 의미로 가득 찬 구체적인 ‘장소’로 전환된다는 것이죠.
부천 삼정동에 위치한 부천아트벙커B39는 과거에 하루 약 200톤의 쓰레기를 태우던 소각장이었습니다. 삼정동 소각장은 4년간의 민관협력 재생 프로세스를 통해 부천아트벙커B39로 재탄생했죠.
부천아트벙커B39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필자에겐 ‘문화재생공간’에 불과했는데요, B39가 많은 사람들에게 ‘장소’로 다가가기 위해 전시를 준비했다고 하여 가보았습니다.
7월 26일부터 9월 26일까지, 약 두 달 간 열리는 [CIRCLES IN A CIRCLE]展. 각기 다른 시선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B39의 공간을 해석하여 작품을 구현해냈습니다.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공간을 거닐며 우주를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도록, B39라는 하나의 공간(우주=a CIRCLE)에 작가들의 세계(우주 집단=group of CIRCLES)를 담았다 고 합니다.
과거 소각장 시절, 좁은 연결 계단과 기계실이 있던 1층 공간.
지금은 양정욱 작가, 진달래&박우혁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결국은 같은, 하나의 마음”
양정욱, 대화의풍경#5: 오늘부터 우리집에 식물이 살아요, 모터, 복합재료, 가변크기, 2020
익숙한 물건들이 길다란 막대기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이 작품. 위엔 모던한 느낌의 흰 조명, 아래엔 따뜻한 느낌을 주는 라탄 전등. 또 위에는 바구니에 가지런히 담겨있는 꽃다발. 아래엔 자유롭게 아래로 뻗어있는 식물들. 중심에 위치한 긴 막대기를 기준으로 위아래의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전등 위에서 나부끼는 깃발은 ‘내 의견이 맞아’라고 외치는 사람 같습니다.
한 부부의 일상 이야기를 작품에 담은 양정욱 작가의 ‘오늘부터 우리집에 식물이 살아요’입니다. 가구와 화분의 배치를 정하며 서로의 취향이 달라 가끔씩 다투기도 하는 부부. 하지만 결국은 서로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기 위한 하나의 마음임을 알게 됩니다. 둥글둥글한 원, 꼭지점이 없는 원이 ‘결국 하나’라는 부부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든 상황은 언제나 예술적인 것들로 가득하다는 작가의 설명이 떠올랐습니다.
“당신은 검은 공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진달래&박우혁, Across the Universe, 애드벌룬, 시트, 가변크기, 2021
2008년 2월 4일, 미항공우주국 NASA는 비틀즈의 히트곡 ‘Across the Universe’를 MP3플레이어 형태로 제작하여 작은곰자리의 북극성으로 쏘아 보냈습니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외계와의 교신을 시도했다고 하죠.
진달래&박우혁 작가도 동명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과의 교신을 시도했습니다. 자신들이 창조한 신호와 상징을 매개로 검은 공, 격자형 프레임, 그리고 북극성을 향해 쏘아 올린 MP3의 송출 시간을 기록한 기사의 일부를 제작했는데요.
‘Across the Universe’의 가사를 읽어보며 작가와의 교신을 시도해봅니다.
Thoughts meander like a restless wind inside a letter box.
생각들은 편지함 속의 나부끼는 바람처럼 정처없이 떠돌고
They tumble blindly as they make their way across the universe.
우주를 가로질러 그들만의 길을 헤쳐나가듯이 무분별하게 요동치네.
격자는 편지함, 검은 공은 생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cross the Universe’ 가사 전체를 읽다보면 검은 공으로 유추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검은 공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셨나요?
과거, 쓰레기를 태우는 소각조였던 에어갤러리. 태워진 쓰레기의 재는 지하 재벙커에 쌓이고, 뜨거운 수증기와 연기는 3층 응축수탱크실로 이동하던 공간. 사람이 서 있을 수 없던 ‘불의 공간’엔 20개의 물방울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물방울이 바닥에 닿아 흩어지기 직전, 찰나의 순간”

오태원, Drip-drops version 2021, Drops 20개,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특수 캔디 도장, 스테인리스 스틸, 아크릴, 50x38x38cm(ea), 가변크기, 2021
윗부분은 삐쳐 있고 아래는 둥글둥글한 모양의 물방울은 낙하를 시작하자마자 멈춘 상태의 모양입니다. 바닥에 닿아 흩어지기 직전, 그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것이죠.
담기는 틀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물. 물방울이 떨어지는 역동적인 흐름을 포착한 순간에 느꼈던 오태원 작가의 감정이 오롯이 드러나는 듯 합니다. 마지막 하나의 물방울이 극적인 율동감을 더해줍니다.
쓰레기를 태우는 소각장. 쓰레기를 소각하고 처리하는 기계설비들로 가득 찼던 건물은 사람보다는 기계들의 공간이었습니다.
이제 B39는 기술과 인간, 문화와 예술을 담는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문화와 예술을 담은 B39는 이곳을 찾아주는 관람객들의 경험과 감정이 쌓여, 점차 ‘장소’로 변모할 것입니다. 과거 혐오시설로 치부되던 낯설고 어둡던 쓰레기 소각장이 이제는 관람객들에게 친숙하고 특별한 감정이 묻어나는 장소가 되려 합니다.
[CIRCLES IN A CIRCLE]展을 보고 온 저에게 B39는 문화예술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가득찬 ‘장소’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에게 B39는 어떤 ‘장소’가 될지 궁금해집니다.
● [CIRCLES IN A CIRCLE]展을 기획한 박보람 선생님
Q. ‘공간과 장소’를 주제로 전시를 기획한 이유
2021년 B39 임시 재개관 이후 첫 전시로 어떤 전시를 기획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재개관을 비롯해서 저희 직원들에게도 올해 초 재정비하는 시간이 주어지게 되면서 관람객들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가 어떤 좋은 콘텐츠들을 선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무엇보다 B39를 대표하고 상징하는 요소 중 하나인 장소적, 역사적 특성을 강조한 ‘공간과 장소’라는 주제로 전시를 기획해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 쓰레기 소각장에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B39는 2018년부터 B39만의 고유성을 가진 미디어 아트, 설치, 융복합 콘텐츠 기반의 전시 및 공연, 교육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다만 누군가에게는 조금 생소해 보일 수도 있는 예술 콘텐츠와 지리적으로 외곽에 위치한 점, 더불어 COVID-19으로 인해 침체된 문화적 향유의 어려움 등 여러 요소들로 인해 안타까운 상황들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B39라는 공간이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나만의 공간이라는 “장소감”을 형성해가며 또 그 공간이 관람객들이 편안함을 느끼고 자주 오고 싶은 곳으로 거듭나는 “장소애”를 경험하시기를 바라면서 관람객들에게 전시 관람에 문턱을 낮추게 되는 계기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고 싶은 부분은?
저는 이번 전시 타이틀의 배경과 전시 포스터에 대해서 알려드리고 싶은데요. 우선 포스터를 보시면 가운데에 있는 큰 사각 틀은 B39 건물 전체를 상징하는 동시에 하나의 우주 공간으로 묘사했어요. 그리고 아티스트 분들의 작품을 모여있는(grouping) Circles라고 묘사하게 되면서 “Circles in a Circle’이라는 전시 타이틀도 탄생하게 되었는데요. 또, 모션 포스터에서 동글동글 유연하게 움직이는 Blue circles는 자유롭게 관람을 하고 계시는 관람객들의 모습을 묘사한 이미지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런 부분들을 참고해서 보시면 포스터와 전시 타이틀이 더욱 이해가 잘 되실 거라 생각이 들어 알려드리고 싶네요.
Q.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이번 전시를 계기로 지역 시민들을 포함한 예술인들이 함께 모여 B39가 위치한 부천시 삼정동에 활기가 넘치며 문화적 향유 공간으로 더욱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주민 커뮤니티 공간 조성을 중심으로한 3단계 공사가 예정에 있어 프로그램들은 부분적으로 운영되겠지만 앞으로 하나씩 하나씩 재밌는 콘텐츠를 공개할 예정이니 계속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코로나19 종식을 기원하면서 관람객분들이 마음 편안하게 외출도 하시고 또 즐겁게 문화예술을 즐기실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부천아트벙커B39 홍보를 담당하는 문화영 선생님
Q. 8월에 B39에서 진행 예정인 행사/전시/공연이 있다면?
8월 17일부터 오순미 작가님의 개인전이 열립니다. 부천에서 활동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B39 2층 Electric Cabinet에 작품이 설치될 예정입니다.
Q. B39 내 포토존 BEST3은?
| 쓰레기 저장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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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39M의 쓰레기를 저장하던 벙커.
부천아트벙커B39의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자 B39라는 이름의 모티브가 된 공간입니다. 엄청난 층고에서 뿜어나오는 공간감이 신비롭게 다가옵니다. 의자 앞에서 공간감을 살려 사진을 찍으면 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을 수 있답니다. |
| 에어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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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을 모두 철거하여 건물 내외부, 2층에서 소각조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입니다. 두 면이 통유리로 되어있고 천정이 없어 날씨에 따라 분위기가 변하는 것이 포인트! 맑은 날엔 구름으로 가득찬 면을 바탕으로 인증샷을 남길 수 있습니다. |
| 중앙제어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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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작동되지 않는 장비와 기기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중앙제어실 소각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일러스트가 레트로한 느낌을 뿜어냅니다. 최근엔 BTS의 제이홉, 뷔, 정국이 이곳에서 멋진 화보를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답니다. |
Q. B39 근처 맛집이 있다면?
| 이름 | 주소 | (개인적인) 추천 메뉴 |
|---|---|---|
| 두미만두 | 삼정동 298-12 | 만둣국, 빈대떡 |
| 미각찹쌀순대 | 삼정동 276-6 | 순대국밥 |
| 일층커피집 | 삼정동 36-1 401동 108호 | 아이스라떼 |